728x90

단편기 140

잃어본 사람들

주변에서 사라진 무언가를 감지한 적이 언제인지 곱씹게 된다. 경쟁에 도태된다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기지 않았는가. 그게 당신의 운명이겠거니 대수롭지 않은 적은? 사라짐이 아쉽지 않은 시대. 상실감도 쉽게 잊는 세대. 내가 한평생 살아온 서울은 그런 곳이다.'디디의 우산'은 잃어본 자들의 이야기. 청계천 시청 세월호 광화문 d는 세태와 맞지 않게 지독한 상실감을 겪는다. 2018년을 전후한 서울은 계속해 잃어간다. 대신 냉소주의가 빈자리를 채운다.d의 dd처럼 소중한 사람이 허무한 이유로 이 세상에서 튕겨져 나갔다면. 나는, 당연히 아프겠지만, 지금처럼 살아갈 것 같아서. 그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극도의 이기심이 경멸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누군가의 dd가 된다면, 힘들어하지 ..

단편기 2020.04.13

인바디

PT 2개월차 변화. 식단 신경을 더 잘썼다면 좋았을텐데. 체지방률은 확실히 좀 줄었네.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확실히 쉐이프가 변해서 만족. 앞으론 10%대 진입을 목표로 운동할 예정. 골격근량은 들쭉날쭉해서 좀 의아하다. 인바디 측정이 몸 상태나 수분 섭취량에 따라 좀 바뀌긴 한다고 하더라. 아무라 그래도 근육 좀 늘리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 쌤은 더 잘 먹어야 한다고. 지금도 충분히 잘 먹고 있는데 ㅜㅜ 얼마나 더 먹어야 하는건지. 운동 효과를 보니 PT를 추가로 더 받아야할지 고민 된다. 쌤 하고도 잘 맞기 쉽지 않다는 데 다행히 좋은 분! 필라테스는 이제 안중에도 없...네

단편기 2020.03.31

3월 중

코로나19로 변한 일상. 출근지가 다 막히니 어디로 가야할 지. 아침부터 고민거리만 늘었다. 어떤 분은, 우리는 손가락 빨고 있는데 기자들만 노났다고 하시는 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충격과 공포가 제목으로 주로 달리는 기사는 쓰는 사람도 우울하고 무섭다. 업계가 잘 돌아야 기분 좋은 기사도 쓰니까. 모두 잘 견디시라.늙고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나의 몸. 은발까지 10년 남은건가? 친구가 나 대신 슬퍼하며 한 줄기 뽑아줬다.아무래도 스쿼트 데드리프트 런지 는 몸에 해로운 것 같다. 그런데도 그것만 자꾸 시키는 쌤. 중량을 늘리니 몸이 흔들리면서 무릎에 무리가 간 듯.방송에 나온 셰프가 하는 곳은 첨 가봤는데. 엣지 있네요?? 저걸 다 먹기엔 양이 많아서 담엔 면만 먹는걸로.근래에 먹은 음식 중..

단편기 2020.03.15

도망

누워 있는 기울기에 따라 달리 보이는 글씨. 그걸 따는 연습. 투시점 두 개나 겨우 볼 줄 아는 나에겐 다점 투시는 다소 버거운 작업. 기계적으로 프린트 된 글씨도 똑같이 따와야 하는데 역시 이것도 나에겐 버거웠던 작업. 은박지 느낌을 살리는 것도 명암이나 겨우 까는 나에겐 버거웠던 작업. 무엇 하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 없어 갈 때마다 속앓이를 해왔다. 쌤의 손을 빌려 겨우 이 작업을 끝내고 나서야 사실은 나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아니 이미 마음 속으론 수백번 그만 두었다고. 다 끝내면 뿌듯할거야, 하던 위로의 말은 끝내 증명되지 않았다. 하나도 뿌듯하지 않았다. 이걸로 내 실력이 크게 늘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어디서도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고통스런 순간들이 과거에 흩어져 ..

단편기 2020.03.05

한 자리에서 30년

"나는 다시 태어나도, 물론 그럴 순 없겠지만, 젊은 시절엔 음악을 하고 나이 들어선 디스크자키를 하고 싶다." 윤도현씨가 30주년 소회를 묻자 철수 아저씨가 하신 대답. 자신이 지나 온 삶에 만족하고 또 감사하다 말하는 분. 운이 좋다 했지만 그만큼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임을 이제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게 됐다. 30년이라는 숫자는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숙연케 할만큼 깊다. 방송이 모두 끝나고 방송국 티셔츠를 건낸 영국인 스태프가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건 존경의 의미로 읽힌다. 지난 5일간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영국 BBC스튜디오에서 30주년 특집 방송을 했다. 시간이 없어 듣질 못하다 오늘에서야 마지막 방송을 들었다. 마지막 클로징 멘트 땐 철수 아저씨도 약간 울컥하신 것 같았는 데 ..

단편기 2020.02.22

2월나기

친오빠 같았던 친구가 결혼했다. 언니에 이어 오빠까지 가니 이제 이 그룹에 미혼은 나 혼자 뿐. 언니는 최근에 임신까지. 다들 언제 이렇게 컸어요..? 여러 마음이 들지만 마음 속으로 빌 수 있는 건 하나 뿐. 고마웠어. 행복하게 잘 살아줘! 코로나19로 공공장소에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는다. 모여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미술관도 마찬가지. 기괴한 광경. 주말 낮인데도 한가한 미술관. 내용도 훌륭했지만 마스크를 쓰고 보니 더 마음 편했다. 그만큼 주변을 의식하며 살고 있나 싶었다. 주제는 강박의 강박. 영상 예술이 많았는데 폐관 시간이 돼 다 보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한 번 더 가볼 예정.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연두찡 집들이. 다들 자기 자리를 찾아 잘 가고 있다. 여고가 천성인데 남고에서 잘 ..

단편기 2020.02.16

인권의 층위

두 책을 나란히 놓고 보니 지난 100년의 투쟁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선명히 보인다.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들. 도서관을 자유로이 출입한다거나 글을 써 출고하는 것, 사색이 가능한 자기 공간을 갖는 일 조차도 어려웠던 시대. 성폭력 피해는 디폴트. 물론 지금도 완전한 평등을 이뤘다고 생각치 않는다. 그럼에도 법적제도적으로 이런 불평등은 보완하고 있고, 사회적 요구는 고차원화되고 있다. 덕분에 여성에 국한됐던 해방운동은 세상의 모든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움직임으로 확장해 번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인 여성이 차별하는 주체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있다. 최근 트렌스젠더가 여대를 합격하자 일부 급진적 해방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를 막고자 했던게 대표적이다. 여성이 되고 싶어하는 소수자 앞에..

단편기 2020.02.07

꿈의 해석

같이 여행을 간 후배 ㅅ이 게스트하우스 파티에서 공개 구혼을 하는 바람에 남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여러 남자들이 줄을 섰는데 가장 마지막엔 내가 요새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등판했고 ㅅ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갔다. 주변을 신경도 쓰지 않는지 그 배우는 ㅅ에게 과감하고 도발적인 말을 했는데 그건 현실에선 ㄱ이 나에게 할 것 같은 말들이었다.ㅅ이 떠나 떠들썩한 파티장에서 혼자가 되어버렸는데 갑자기 ㅂ이 약에 취한 것같은 얼굴로 다가와 보고싶었다고 말한다. 왜인지 나는 따뜻하게 웃어줬다. 그는 파티가 끝나고 잠수를 탔다. ㅂ은 충동적이었지만 책임감은 부족한 사람이었다. 북적이는 관광객 속 알프스 어느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ㅎ이 직접 쓴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자신은 백수가 됐고 지금은 부산..

단편기 2020.02.01

분절해 감각하기

On Love - Alain de botton #2009이 책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2009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학부 전공 미디어 독서 토론 수업(얼마나 기억에 남는 수업이었는지. 아직도 그때 받은 스트레스가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시 나가볼까.)의 마지막 수업에서. 각자 마니또를 뽑아 책 선물을 주기로 했는데 그때 HJ라는 동기에게 받은 책이다. 2009년과 HJ를 기억하는 이유는 책 표지 바로 뒤에 그가 써준 짧은 편지 때문. 본인이 왜 이 책을 선정했는지, 어떤 문구가 좋았는지를 적어두었다. 이 책을 중고서점에 팔아버지리 못했던 이유이기도. HJ는 원래 신영복의 을 골랐다면서도 "뭔가 넌 세련되고 트랜디한 그런걸 좋아할 것 같다는 무한 추측으로 이 책으로 마..

단편기 2020.01.26

.

오늘도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만큼 속수무책 멀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둘 사이엔 좀처럼 거리를 좁힐만한 인력(引力)이랄 게. 침묵같은 시간에 홀연히 빨려간다. 허공에서 아무리 손을 저어봐야 공간은 미동이 없다. 끌어주지 않는다면 영원히 당겨지지 않는 존재. 당기지 않으면 끌 수 없는 관계. 두 몸을 휘감은 에너지를 만끽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가만히 만져보고 조심스레 볼도 대어보다 짓궂게 물결을 일으킨다. 죽어 있던 많은 것이 생명을 얻는 듯 새롭게 감각했다. 그 색은 분명 본 적 없이 영롱했는데.

단편기 2020.01.21

위스키, 기억나는 데까지

위스키의 종류는 아주 크게 세 가지. 몰트위스키/그레인위스키/블렌디드위스키. 블렌디드는 몰트와 그레인을 섞은 것. 블렌디드도 key 위스키가 있어서 개성이 드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맥캘란이나 탈리스커는 대표적인 몰트위스키. 버번은 옥수수가 51% 이상 들어가 있는 아메리칸 위스키로 그레인위스키의 한 종류. 잭다니엘이 버번위스키 브랜드. 라이(Rye) 위스키는 호밀이 주가되는 위스키를 말하고. 조니워커나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 제임슨은 대표적인 블렌디드 위스키. 밸런스를 갖춰야하다보니 확실히 부드럽게 넘어가는 매력.싱글몰트라고 할 때 싱글은 단일 증류소 단일 증류기에서 나왔다는 의미. 몰트=맥아인데, 맥아는 보리를 물에 싹트이게 해야 당화효소가 생겨서 발효가 돼. 맥아를 발효하면 맥주, 증류..

단편기 2020.01.18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 인터뷰/ 조선일보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혼자 사회 가속화... 좋아하는 일 해야 살아남는다" 송길영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498062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혼자 사회 가속화... 좋아하는 일 해야 살아남는다" 송길영 "선한 사람 기회 더 많이 가져" 데이터가 속속 증명 스펙과 공채 사라져… 좋아하는 일 해야 직업 유지 데이터 투명 사회... 키워드는 공정성, 유연성, 독립성 권력도 1/n... 상하 없는 ‘어벤져스’팀, 크루들의 n.news.naver.com =데이터는 마음의 편지예요. 저는 소셜미디어라는 광산에서 마음의 편지를 캐서 읽어요. 한 사람의 마음이 아니고 복수로서의 ‘소셜 마인즈’를. ‘마이닝 마인즈(Mining minds)'라는 슬로건을 찾아내는 데..

단편기 2020.01.05

전쟁에 베팅

푼돈이지만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WTI원유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ETF에 2~3년 정도 투자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유가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았고, 2015년 가격이 삼분의 일토막 난 이후 70달러를 치고 올라오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제 정세가 불안정할 때마다 금값과 함께 크고 작게 반응한다. 유가의 특이점이 있다면 테러, 전쟁에 유독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 그런 사안들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중동 국가들이 사안의 주체인 것이 가장 큰 영향이겠지. ETF의 경우 운용사에 따라 예민도나 환헤지 설정으로 인한 격차가 조금씩 있다. 그럼에도 내 돈이 들어가니 아무래도 유가의 변화를 인지하는데 효과적이긴 하다. 인버스 ETF도 들고 있긴 한데 추가 투자를..

단편기 2020.01.05

요양

38.9도. 이쯤되면 사람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군. 가족도 간호사도 의사도 독감을 우려했지만 검사 결과 아니었다. 독감 키트를 처음 써봤는데 아주 간단하고 편리하더라. 코에 넣고 빼기만 하면 끝. 물론 좀 불쾌하고 아프지만...오랜만에 장기 연차를 냈는데 덕분에 3일은 요양으로 날렸다. 몸이 찢기는 것 같아 정말 힘들었다. 최선을 다해 약 먹긴 했는데 너무 세서 위가 더 아팠음. 다행히 금방 회복. 열 다시 날까봐 계획했던 운동도 못함. 특별한 계획없이 한 번에 길게 쉬면 생활패턴이 무너지고 긴장이 풀려 이렇게 되나 싶기도 하고.나로선 매년 보는 이 일루미네이션이 서울에 온 어떤 여행자에겐 즐거운 기억이 됐겠지,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 가던 길 다시 돌아와서.세레머니를 끝으로.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단편기 2019.12.29

29세를 보내며

곧 만 30살이 된다. 내 정체성을 89년생으로 고집하든 90년생으로 위안하든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30대. 1살부터 19살까진 특별한 기억없이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다. 자아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가 반 이상이었고, 중고등학교땐 신체적, 감정적 격변기를 보낸 탓에 불쾌한 기억이 더 많다. 20대의 삶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밀도 높았던 시간이었다. 인생을 함께 할 친구들을 대부분 20대에 만났다. 1년 간 해외에서 살아보는 값진 경험을 했다. 이메일만으로 1년 동안 살 집을 구해낸 걸 봐선 생존력은 있는 것 같다. 대신 요리에는 확실히 재능이 없다는 걸 이때 알았다. 막연히 언론사에서 일을 해야지 했던 고등학생의 꿈은 생각보다 일찍 현실이 됐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말이다. 끄적끄적 보내고..

단편기 2019.12.24

2020년 박제

"내년에 각자 하고 싶은 걸 말해 보자. 일, 직장, 공부 이런 거랑 관련 없는 걸로." 2차에서도 회사 얘기, 직장 얘기만 하다 분위기가 이내 처지자 차가 말했다. 박은 일로 자리잡는 게 우선이라고 괜히 말했다가 차와 조에게 혼 났다. "일 얘기 좀 그만하라고!" 하고 빽 하고 소리를 지르니 정신을 차렸다. 쉽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걸 먼저 말하다가 아이디어가 고갈되자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얘기했다. 연애가 필요한 사람들에겐 그게 가장 우선이었다. 소개팅 10번은 정말 쉽지 않은 목표. 그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애프터 횟수도 처주기로 했다. 취미 생활이나 자기개발용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 둘 나왔다. 나의 경우는 그게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동안 고민하면서 만든 리스트. 가장 많이 지킨 사람..

단편기 2019.12.16

Long live, the Queen!

대학생 시절 매경에서 인턴할 때 충무로에서 샀던 2000원짜리 다육이는 2020년까지 살아남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분무기로 물 준 것 말고 한 게 없는데. 2000원 짜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나의 기쁨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 사이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했고 직장을 바꿨다. 나의 다육이 토오는 같은 기간 아이들을 키워냈다. 토오란 이름은 처음 살때 발바닥 모양인걸 따 지은 이름. 내 성까지 붙여 풀네임은 조토오. 다분히 의도한 이름이다. 몇 년간 잘 자라던 토오는 가족을 많이 쳤다. 식물도 나이를 먹는건지 통통했던 토오는 언젠가부터 쭈글쭈글하게 변했다. 자식들한테 수분을 다 빼앗기는 것 같다. 반면 새로 자라나는 줄기들은 그 속이 비칠만큼 투명하다. 물을 가득 머금어 (선인장인 주제에)촉촉하기..

단편기 2019.12.14

지난주 놓치기 아까운 것들

저녁 약속 전까지 시간이 잠깐 떠 들린 서점. 찾던 책은 재고가 꼬여 팔 수가 없다고 하길래 다른 책을 찾다가. 잠깐 멈춰서 여러 책을 빠르게 읽었는데 이 두 권이 눈에 띄었다. 구매는 못하고 기억해놨다가 다음에 읽어두려고. 두번째 책은 왜 사람들이 위험하고 부도덕적인 사랑에 끌리는지 심리를 분석한 책. 간만에 저녁 약속이 없어서. 작정하고 필라테스 두 시간 연속으로 해봤다. 이러니 좀 운동한 기분이 든다. 한 시간만 하고 나오면 서운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오늘은 끝나고 나서 또 한 시간 뛰었다. 필라테스 하면서 몸을 좀 풀어내니 달리기 하는 내내 힘들지 않게 가볍게 뛸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제일 열심히 운동한 날. 생리전증후군의 영향이라고 믿고 있는데 또 기분이 바닥을 치려해서 운동으로 풀고 싶..

단편기 2019.12.09

2019년 11월 12월 그즈음에

늦여름에 왔다가 그 사이 겨울이 되어 버렸다. 버스타고 가는데 이 길을 지나길래 짧은 순간 인텐시브하게 고민하다 내렸다. 짐도 많았고 몸도 노곤해 지쳐있었지만. 내다보이는 풍경을 보면 기분전환이 될까 싶어서. 다행히 아직 주인이 바뀌거나 없어지지 않았다. 정말로 좀 쉬고 싶다. 갑작스럽게 닥쳐 온 상황들을 방어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쓴 탓이다. 게다가 새로운 건 매일 쏟아지는데 내일 변할 무언가를 또 찾아야 한다. 술은 2~3일이 지나도 깨질 않는다. 번아웃일지도 모른다. 몸은 전보다 다 호르몬 주기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런 정신으로 읽히는 글을 쓰기란. 주문을 받는 직원은 왜 저래 싶을 정도로 유난히 퉁명스러웠다. 아직은 조용했다. 주문한 커피와 음식이 나온지 십분쯤 됐으려나. 손님이 몰려 들었다...

단편기 2019.11.30

68혁명의 부재

중앙대 김누리 교수 강의. 추천 받아서 돈 주고 봤는데 정말 좋았다. 131회, 132회 두 편으로 나눠져 있다. 학부 때 독일 관련 수업 들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조국을 필두로 불거진 86세대의 이중성과 이로 인한 세대갈등이 내년 총선이 키워드가 될 듯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갈등의 한 축이 될 것 같아 관련 책들을 보고 있는데 이 사안과도 연결되는 내용들이 많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취재원과 최근 세대 갈등 얘길 하면서 들려주신 생각과도 일치하는 점이 많았다. 이건 나중에 한 번 정리할 예정. 한국 사회가 정치, 경제적으로 얼마나 기형적인지 또 대북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할 지 생각하게 된다. 경항신문/ [세상읽기]86세대 정치인들의 ‘뻔한 사표쇼’/ https://news.naver.com/m..

단편기 2019.11.23

뉴욕을 다시 가야 하는 이유

우리로 치면 기자협회가 하는 일을 뉴지엄이 하고 있는건가? 공정성 여부와는 별개로 미국이 언론 선진국인 이유가 있었네. 치열한 반성과 대안 제시. 그리고 시대 흐름에 따른 빠른 미디어 환경 전환. 오프라인 과감히 없애고 유료 온라인 모델 잘 구축해 컨텐츠 잘 만들어내고 있잖아. "빠른 뉴스보다는 수준 있는 뉴스를 제공할 것" 알베르 카뮈가 1944년 9월1일 '콩바'(Combat) 신문 '편집자의 말'에 남긴 글. 이 문장에 한국만큼 자유롭지 못한 곳도 없지 않나 했는데 다들 고민하는 지점인가보다. [미디어오늘] 알베르 카뮈가 현재 언론을 본다면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605 알베르 카뮈가 현재 언론을 본다면 - 미디어오늘..

단편기 2019.11.17

폴리아모리

또 하나의 세계가 눈에 들어왔다. 흥미로운 지점도 많았지만 조금 거창해보이기도 한다. 이상적인 것 같아도 정의내리기 나름인 것 같고, 실천적 한계도 많아 보인다. 물론 어떻게든 완벽할 수 없는거라 트집 잡을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범주 안에 살면서 의심 없이 지배당하고 있던 어떤 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궁극적으론 믿어야 할 것을 믿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며 멈추지 않고 질문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렬해졌다. 동생이 따뜻한 이불에 취해 내 발 밑에서 잠을 잔다. 이 책을 읽다가도 결혼을 코 앞에 둔 동생을 번갈아보니 기분이 오묘하다. 괜찮아, 어떻게든 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니까. 무엇보다도 너는 나보다 잘 살거다. 이제 새벽에 출근하는 동생 때..

단편기 2019.11.14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