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단편기 140

고생했어요

인턴으로 있던 친구가 계약 기간 연장을 하지 않고 그만 두었다. 공부를 하겠다 한다. 자주 보진 못했지만 종종 점심도 먹고 일도 알려주고 이야기 나누다보니 1년이 지났다. 사회생활을 투박함의 끝인 언론사에서 시작하는 모습이 꼭 지난 날의 나 같아 더 챙겨주고 싶었던 것 같다. 차분하지만 매사 조심스러워하는 모습도 그렇고. 마지막 날 밥 먹고 차 마시러 갔는데 앉은 자리에서 선물과 편지를 슥 내민다. 놀라지 않은 척했지만 마음 써준게 정말 고마웠다. 네 앞에서 소리내어 읽어버릴거야!하고 장난치니 제발 집에서 읽어달란다. 와 이런 거 내가 받아도 되나. 참지 못하고 집 가는 지하철 안에서 꺼내 보았다. 세무사가 되면 세금을 관리해줄테니 걱정 말라면서 너 같은 사회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 어리숙하게 보낸 나의..

단편기 2020.09.25

당부

점심, 저녁을 통틀어 누군가와 갖는 식사 자리는 5개월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모친이 돌아가신 이후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다고 한다. 이 충격과 고통에선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음을 안다고. 내 편에 서주었던 유일한 사람이 이제는 같은 세계에 없다는 절망감. 좋지 않은 방법으로 세상을 등졌기에 더더욱. 회사도 그만 두려 3주동안 나가지 않았다고. 그렇게 되고 보니 아무 것도 의미있는 게 없다. 잘못 살았다는 후회가 마음을 들끓게 한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핀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은 끊었다. 낙이라면 강아지 뿐. 어제는 새벽에 일어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와이프 몰래 먹다가 혼났다고 한다. 그것 때문인지 아침에 탈이나서 회사에 나가지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 약속때문에 나왔다고 한다. 왜인지 너는 만나도 나쁘지 ..

단편기 2020.09.22

임대차법 대란에 대답하지 않는 이유

자명한 결과다.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사례들. 그걸 기사로 구성해 쏟아내고 있는데 솎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젠 소송으로 가야할 일이 됐다. 칼부림 나느니 그게 깔끔하지. 그렇고 말고.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고, 세입자는 최대한 안 받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중일거다. 정부가 지금처럼 뒷짐지고 관망하면 몇 달 후엔 첫 판례도 나오겠지. 사실 정부가 한 마디만 해주면 이 카오스는 끝난다. 새로운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의 갱신 연장권을 거부할 수 있다고. 2+2 갭투자 문제도 자연히 해결된다.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 이유가 뭘까.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생각해 봐야한다. 이 정권은 집값 안정을 위해 명운을 걸었다.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역으로 집 값은 치솟았지만 말이다. 실 소요가 많은 5~6억원대 ..

단편기 2020.09.21

The dog doesn't bark yet.

돈을 아무리 풀어도 인플레가 오지 않고 있다. 6월만해도 글로벌 증시가 코로나로 인한 낙폭을 만회하고 부동산시장도 타격이 크지 않아서 통화정책에 효과가 있었나보다 하고 있었다. 9월에 들어서니 슬슬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온다. 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353&aid=0000037808“물가는 짖지 않는 개”…인플레파이터→일자리 투사로 변신“이제 물가는 짖지 않는 개와 같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3년 낸 보고서에서 사라진 인플레이션을 이렇게 표현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 각국 정부는 경기 침체를 막으려 시중에 엄청난 유��news.naver.com(기사 중)필립스 곡선은 실업률과 명목임금 상승률이 역..

단편기 2020.09.13

새로운 역사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0588377?cds=news_edit[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희망 버려야 살 길 생겨, 코로나 2~3년 더...생활 태도 바꿔라"K방역 주역, 이재갑 교수의 일침 백신 나와도 종식 안돼… 2~3년 걸려 계절성 유행으로 방역은 선제적으로, 2.5단계 유지해야 추석 전 잡힐 것 K방역은 임기응변... 드라이브 스루도 4시간 만에 ‘��n.news.naver.com -희망은 버려야 할까요? "환자가 병에 반응하는 단계가 있어요. 처음엔 화를 내죠. 그다음엔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요. 그다음 급속도로 우울해지고 마침내 인정하고 수용하게 돼요. 전 국민이 그 단계를 겪고 있어요. 저도 달라진 삶에 적응하려고 해요. 사람이 고프면, 줌 틀어놓..

단편기 2020.09.12

2nd stage

Flagstaff에 이은 생에 두 번째 경험.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의 시골 동네. 걸어서 등하교가 가능한 안전한 신축 아파트먼트를 찾았던 건 지금도 기적이라고 생각함. 가계약 개념으로 달러를 송금한 후에도 불안한 마음에 구글맵을 얼마나 돌려봤던지. 적어도 이번엔 임장이라도 다닐 수 있었으니 그때보단 낫다고 정신 승리하며 버텼다. 과정이 치열했어서 그런지 감정은 평평하다. 유리멘탈 주제에 오히려 큰 일 앞에선 더 의연하다니. 수영 좀 해볼라치니 너울성파도처럼 밀려온 각종 정책들. 해석이 분분한 탓에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 회피 전략을 짜야했다. 머리 쥐어뜯고 있으니 팔짱 끼고 지켜만보던 아빠가 한 마디 던졌는데, 그것으로 상황은 단번에 해결. 엄마는 언제나 그랬듯 하루 쌓인 고민을 들어주고 ..

단편기 2020.09.07

갭투자 권장(!)하는 임대차3법

독립 분투기를 한 번 모아서 쓰고 싶었지만, 짚고 가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 생기는 바람에 생각 정리도 좀 할 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는 시기와 맞물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큰 고충을 겪고 있다. 어제부터 화두가 되고 있는 국토부와 법무부의 해설집은 모두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중개사 선생님들도 예리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어서 고구마를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매일이다. 아래는 지난 8월 28일 국토교통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이다. 기본적으로 임대차 계약이니 임대인과 임차인의 거래 속에 국한할 줄 알았는데, 1주택자가 돼 보려는 무주택자의 매매 계약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시류에 휩쓸리는 것은 정말 싫은데 독립을 해야하니 이런 문제 앞..

단편기 2020.08.30

범 내리는 여름

씨 많고 물 많은 수박은 여러모로 귀찮다. 나에게 여름 과일은 차라리 복숭아. 폭 익어 흐물거릴수록 좋다. 당도가 높은 복숭아는 더위에 힘 부칠 때 그만이다. 여름도 복숭아도 흐지부지 끝나간다. 유독 비가 많았던터라 걱정을 안하려 해도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기도할 곳이 없어 답답한 건 이럴때다. 나는 무조건 너의 안녕만을 바란다.너무 힙해서 스트레스가 막 풀림. 요즘 노동요. 이날치-범 내려온다이젠 이런 게 자꾸 눈이 간다. 공간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려면 식물만한 게 없다는 누군가의 지겨운 극찬에 동의한다.세상 경건하게 먹은 떡볶이. 광복절 기념 이벤트라고. 떡볶이는 맛있어봤자 떡볶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여긴 사장님의 애국심만큼 눈에 띄게 맛있었다.아지트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 가끔 고양이도 출..

단편기 2020.08.23

당신의 작은 것들

이 정도의 불을 내 작은 몸이 견뎌낸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라웠지. 감정을 걸러내봤더니 놀랍게도 화는 여과돼 흘러갔다. 화는 부수적이고 부차적인 감정. 결과였을 뿐 근원은 아니었다. 수분기 가득 무겁게 남아있는 찌꺼기는 당혹감이 태반이다. 당신이 가진 작은 것들. 가령 당신의 산. 또는 당신의 바다. 당신의 달. 당신의 언어. 당신의 그림자. 나에게 허락한 그 작은 공간. 공기도 희박한 그 방에서 나는 숨겨지지 않는 작은 것들을 생각하며 여러번 질식했다.

단편기 2020.08.20

산다는 건 물 찬 주머니를 만드는 일

호프 자렌 - 랩걸 Lab girl 책 읽는 것도 일종의 노동이며, 각 문단과 분투해야 한다. 실험실은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죄책감이 내가 해내고 있는 일들도 대체되는 곳이다. / 일에 집중하다 보면 가족이나 연인에게 소홀해질 때가 있다. 죄책감이 들지만 가족에게 돌아가 나에게 느꼈을 서운함에 대해 용서를 구하진 않는다. 대신 이 일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임을 증명하려 더 애를 쓴다. 시간이 지나 이런 일들이 일상으로 굳어지면 뻔뻔함은 성격이 되지 않을까. 이기심을 신념으로 위장해서는. 책임감 있게 만들고, 정직하게 해석한 데이터 세트보다 세상에서 더 순수한 것은 없다. 그런 데이터를 만들어낼 때마다 빌과 나는 보니와 클라이드 같았다. / 호프자런 박사의 최애 동료인 빌의 존재는 나에게 생소했다...

단편기 2020.08.09

타버리기 전까지

홀케이크가 필요했다. 분위기를 편안하고 달달하게 전환시킬 수 있는 근사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케이크의 가성비로 얼렁뚱땅 넘어가고 싶진 않았다. 사장님께 SOS를 쳤다. 당일 주문은 원래 안되지만 너는 (단골이니) 해주겠다고 했다. 조각케이크가 7500원정도 하는데 홀케이크 가격 역시 긴장한만큼 나왔다. 사장님에겐 미안하지만 여기 일반 빵은 가격만큼 훌륭하지 않다. 씹을 땐 돌처럼 딱딱하고 입에 들어가면 모래알처럼 부서지는 스콘은 확실히 연구개발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생지 받아서 아침마다 구워낸 크로아상이 그나마 먹을 만하다. 햄과 치즈를 끼워넣은 샌드위치는 식사 대용으로 가끔 사먹고 있다. 빵 때문이 아니라 사랑해 마지않는 샌드위치라는 종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싶다.빵은 별론데 이 집..

단편기 2020.08.09

queer or not

폴리아모리를 실천하고 있는 세 사람은 질투라는 감정을 빼놓고 이 관계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상대방과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한 시간엔 그렇게 하지 않으려해도 온 신경이 그 둘이 나 없이 보낼 행복한 감정에 쏠려버린다. 독점욕, 외로움과 함께 이 사람이 나를 두고 떠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책 뒤쪽에 서로간 진행한 인터뷰에선 "질투엔 정말로 답이 없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내가 무엇을 왜 질투하는 지 질투하는 감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질투심에 눈이 돌아갈 땐 이런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음을 인정했다. 세 사람은 폴리아모리의 '성공사례'라는 말에 질색하며 대표성을 갖길 거부한다. 다만 시간을 들여 대화를 거듭하고 조정 기간을 거쳐 이해하고 존중하려 노력했다고 말..

단편기 2020.07.26

강박

무릎에 집중하게 된 날도 일주일이 넘어간다. 다녀와서 다시 정형외과를 찾았고, 충격파치료를 당분간 받기로 했다. 비급여 치료를 하나도 아닌 두개씩 권유하는 의사보다 찌릿찌릿하고 뻐근해지는 그 감각이 더 싫더라. 치료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도 회복에 전념해야 할텐데 돌아오자마자 저녁 약속이 줄이어 있어 몸 챙기긴 쉽지 않다. 힐을 안신는 게 좋겠지만 상대방에게 편한 차림으로 보일까봐 신경쓰인다. 오늘은 그래도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운동 나가봤다. 긴장감이 다시 오더라. 쉬고 걷고 살짝 뛰어보고를 반복했다. 금방 고통스러웠다. 나중엔 한번씩 뼈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 악 소리낼 뻔 했다. 걸어서 천천히 돌아오는데 신나게 뛰어다니는 사람이 많아 더 우울해졌다. 운동을 못하니 강박증처럼 더 해보려 했던 것 같다..

단편기 2020.07.26

무문관2020

대학 시절 운동을 했던 취재원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며 영웅처럼 사회에서 추앙받던 어떤 이는 알고보니 가정에서 아내와 자식에게 폭력을 일삼는 사람이었다고. 생활 속 민주화를 이루지 못한 인간이 정치적 민주화를 이뤘으면 얼마나 이뤘겠냐는 자조 섞인 말이였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밖에선 박수를 받지만 직장에선 이해할 수 없을만큼 권위적이며, 집안에선 가부장제의 향수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금의 권력자들이라고 했다. 정의는 없고 특권만 남아 빈 그릇임을 참 요란하게도 알리고 있다고. 울림 있는 의견이었다. 백날 인권 보장을 말하고, 차별을 꼬집으며, 부정한 일을 발굴해 기사 쓰면 뭐하나. 내가 부도덕하다면 글자는 가벼움을 참지 못하고 허공에 흩날라갈테다. 시를 쉽게 쓰고..

단편기 2020.07.12

PT 20회

20회의 PT가 끝났다. 본격적인 운동은 2월초부터 시작했으니까 5개월만에 끝났네. 10번만 하려다 금방 끝나기도 하고 효과가 슬슬 나오는 것 같아서 추가로 10번 더 끊었다. 초반 10번은 교회오빠st로 차근히 운동 방법을 주로 알려주던 쌤은, 어찌된 영문인지 후반부 10번에선 조교로 변신했다. 전신 근육운동으로 설계해 와 뺑뺑이 돌렸다. 데드리프트와 스쿼트 중 하나를 골라보라 했지만 결국 순서의 차이일뿐 둘 다 하는 식 ㅠㅠ 스케줄표를 돌아보니 확실히 자주 오진 못했다. 2월에 3번, 3월에 6번, 4월에 3번, 5월에 3번, 6월에 4번하고 7월에 1번. 다른 사람들은 일주일에 최소 2번씩 받는데 일주일에 센터 갈 시간을 하루만 비우는 것도 너무 어려웠다. 등록할 때부터 선전포고를 해놓은 상태였다...

단편기 2020.07.05

그 사람 착해

나를 받아준 고마운 사람. 너무 너무 사랑한다. 내장이 밖으로 쏠려 나와도 그는 반복해 이야기했다. 두고 볼 수 없었던 경찰관은 끝까지 설득했다. 아무리 잔인한 영화가 나온다고 해도 현실은 더하면 더했지. 생각보다 많은 게 잘못됐구나 싶어 서늘했다. 생채기를 내는 말. 폭언. 때로는 욕. 과한 침묵. 필요할 땐 눈에 띄게 상냥해지기도. 아주 잦은 빈도로 위축됐지만 그때마다 모든 걸 받아드리지 못하는 자신을 탓했다. 좋았던 순간으로 부정적 감정들을 잠재우길 수번.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나와 달리 그는 흔들림 없이 악을 쓰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결코 논리적이어서가 아니다. 수단으로서 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너 따위가 뭔데'라는 말도 서슴없이 뱉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단편기 2020.06.29

25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많이 모을 생각만하지, 최소한 이만큼을 모아야지 하는 생각을 못했음. 어느정도 필요한건지 계산해보니 생각보다 적네. 욜로는 어차피 내 스타일은 아니라서. 무형자산의 사전적의미는, 영업활동 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쳐 사용되어 미래의 경제적 효익이 기대되는 자산. 기업으로 따지면 영업권, 라이선스, 저작권이 대표적. 개인을 기업으로 비유한다면 내가 내가 태어난 이후 경험한 모든 게 무형자산이 될 수 있어. 우리는 이걸 제일 잘 키워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 유투브 웨이브가 대표적. 장점 뿐 아니라 단점이라도. 성격, 학교, 네트워크. 심지어 장애, 성 정체성 등등. 모든게 지금은 무형자산이 될 수 있는 포텐셜을 지니고 있다. 종이 신문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 사람임니다 내가 바라보는 S..

단편기 2020.06.29

생멸의 마음

아무도 말하지 못했고 고양이는 죽었다. 고양이라는 존재에 이미 사로잡혀 버린 수행승들. 벗어나지 못하면 나아갈 수 없다. 다시 조주의 행동을 따라한다면 고양이는 또 죽게 된다. 도망치듯 용담스님이 있다는 산사로 향한 덕산. 도착하니 이미 늦은 시간. 용담스님은 다시 어두운 길을 되돌아가라며 돌려 보냈는데. 어둠속에 돌아가 길이 보이지 않아 난감해 하자 용담스님은 종이에 붙여준 불을 붙여준다. 잠시 밝아진 주변. 그러내 불길은 이내 꺼졌다. 그 순간 깨달음을 얻은 덕산은 그 다음 날 금강경을 태워버린다. 언어도단. 언어는 절대 궁극을 지시할 수는 있으나 직시하지 못한다(道可道非常道) 생멸도 진여도 모두 같은 곳에서 시작된다. 그 누군가에게 없는 것은 '방'이나 '할'이 아니었을지.

단편기 2020.06.29

Conatus

옹심이란 음식을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는데 취향 저격 당했다. 이런 음식점 서울에도 많이 생기면 강원도 농가 돕는데도 큰 도움 될 듯👏👏👏이 업계가 생소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설명이 친절히 잘 되어있다. 이런 재미있는 사례가 더 많이 들어있었다면 기사 쓸 때도 참고 많이 될텐데. 두 시간 반만에 딜 던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는 건데. 저런 제안받으면 우리나라 연기금도 저렇게 대응 가능한 부분인가요.지나지 못한 계절이 왔다. 더위도 모르고 지내다 한가한 주말이나 되니 열기가 느껴진다. 여름 휴가 때도 꼼짝없이 한국에 갇혀 있겠지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수 경제 증진시키는 식으로 나름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그냥 소비가 커졌단 얘기다. 요샌 식사 자리를 가도 자기 단골집 먼저 챙겨주느라 바쁘다...

단편기 2020.06.21

6월 중

전이수 군이 그린 작품으로 만든 텀블러라니ㅠㅠㅠ 이런게 나온지도 몰랐네. 이런 선물은 뭐 어떻게 더 형용할 수도 없고 감동 그 자체. 아까워서 못 쓴다.베스트셀러에 있길래 집어와 훑어보긴 했다만. 이런 심리 분석 책이 아직도 많이 읽히는 덴 이유가 있겠지.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를 보면 내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그럴듯한 말들이 써 있는 것처럼. 문제를 아는 듯 듣고 싶었던 말들이 좔좔좔. 하지만 당연한 말들의 향연이라 읽다 보면 힘이 더 빠진다. 어떻게든 나를 위로하겠다는 책으로는 상처를 봉합하지 못했다.동기가 요새 무슨 책 보냐해서... 말할까 말까, 차라리 요새 안본다고 할까 망설이다가 말했는데 역시나 "...너 진짜 재미없게 사는구나"라고 돌직구 맞음. 나도 결제하는 순간까지 이건 정말 노잼..

단편기 2020.06.07

사랑한다고 했다가 / 죽이겠다고 했다가

생경하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었던 자리. 서울 안에 내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지내왔다. 그 작은 공간 하나 구하기가 그렇게 값지고 어려운 일이란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살만한 집이라는 게 결코 쉬운게 아니구나(근데 미국 집은 왜 그렇게 쉽게 구했지?????). 주거가 해결되지 않을 때 삶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실감하고 있다. 큰 소리 쳐놨는데 길 바닥에 나앉는거 아닌지. 얼마 전엔 시범 아파트 앞을 지나는 데 여기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평소 지나다닐 땐 상상해보지 않았는데. 관심이 이쪽으로 쏠려있긴 한가 보다. 아파트 입구에는 갓 뽑은 듯 윤기가 차르르 도는 '입주민 코로나19 예방 수칙'이 붙어있었다. 이 소식지가 이 근방에선 가..

단편기 2020.05.22

부레 없는 참치처럼

참치는 부레가 없다지만 우린 무슨 결핍이 있어 쉼없이 헤엄치는 지 궁금하다."입이 열렸다 닫혔다. 우리 입도 열렸다 닫혔다. 참치의 입에서는 아무런 비명이 새어나오지 않았다." 참치잡이 묘사를 읽는 내 입도 열렸다 닫혔다. 안그래도 잘 먹지 않는 참치였지만 식욕이 더 떨어졌다.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년아. 넌 이제 죽었다" 그가 여드레 만에 잡은 참치였다. 집에는 아이 여섯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에겐 생계가 걸린 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함부로 깎아내릴 수 없는 치열한 삶이란 걸 이해한다면 참치의 머리뼈가 무슨 소릴 내며 박살나는 지, 내장은 어떻게 빼내는 지, 죽기 직전 먹은 먹이들은 무엇이었는 지와 같은 살떨리는 묘사들은 처음보다 다소 순화돼 읽힌다. 부레도 없는데 의미까지 있..

단편기 2020.05.19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작가도 써두었지만, 시칠리아에 관한 책은 정말 찾기 어렵다. 우리로 치면 제주도 같은 곳이다. 이탈리아 남부를 나폴리 지역으로 알고 있지만, 나폴리는 남부의 시작 쯤이라면 남부 중의 남부는 시칠리아다. 이탈리아 반도의 최남단, 부츠 끝에 걸린 큰 돌멩이 하나가 그것이다. 유럽보다 아프리카에 더 가까운 땅. 로마까지 가기도 벅찬데, 비행기로 한시간-기차를 타고 12시간 이동해 이 곳까지 올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게다가 마피아의 천국이라는데. 가장 중요한 안전이 담보되는 지 확인할 도리가 없는걸. 남이 다녀온 경험이라도 뒤적거려야 하지만, 적절한 여행 책이 없어 인터넷에만 의존해야 한다. 이 블로그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보이는 글이 시칠리아와 팔레르모 여행기다. 시칠리아를 두 번째 방문했을..

단편기 2020.05.04

이런 진심이라면

피스토이아 어딘지 봤더니 피렌체 바로 옆이네. 대단한데. 이탈리아 행정서류 분석한 박흥식 교수도 대단하시네...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대응의료기술의 발전의 부작용은 죽음의 순간을 추한 것으로 치부하고 병원이라는 특정 공간으로 몰아버린 데 있다. 죽음은 일상적인 일인데.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 없는 환자의 입장에선 삶의 마지막 순간을 주체적으로 꾸려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A형은 사람과 침팬치에게만 나타난다니.시의 힘감수성이 뛰어나다는 말론 부족하다. 함께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 감동을 주는 사람. 잘 읽었습니다.

단편기 2020.05.01

원인의 원인

로세토 효과와 코로나블루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공동체를 이뤄 산 펜실베니아 로세토 마을. 이 곳에선 심장병 사망자 수가 적었는데 연구 결과 이들의 공동체 문화가 심장병 사망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즐거운 삶을 살았고 활기 찼으며 진정한 가난이 없을만큼 서로 돕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확신은 힘겨운 삶을 버티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로세토 효과' 사례는 인간관계와 질병의 긴밀한 연관성을 잘보여준다. 코로나19를 견디는 오늘날 고민해볼만한 이야기다. 어느 때보다 공동체가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기다. 코로나 초기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배척, 이기심(가령 자가격리자가 외출이나 여행을 강행한다던지)이 팽배했다. ..

단편기 2020.04.18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