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여행기/[2018.07]제주도 3

산의 정기

가족 카톡에 백록담 사진을 올리니 아빠는 "드정 축하(아마도 등정 축하)"라고 보냈고 엄마는 "제주도에 사는 사람도 백록담을 잘 못본다고 하는데 운이 좋았네~ 좋은 기운 받아서 행운이 깃들기를 바래 ^^" 라고 했다. 사람의 말이라는 게 힘이 있는 걸까. 아니면 진짜로 산의 정기라는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발휘된걸까. 신기하게도 그렇게 애타게 찾던 행운은 올 듯 말 듯 망설이다, 결국 못이기는 척 와주었다.

드디어 백록담

지겹다 지겨워. 아무리 올라도 끝나지 않는 그 길.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란 게 이 정도였나. 하필 성판악이 막혀서 제-일 힘든 코스를 올라야 했다. 그래도 나름 제주도에 일주일을 넘게 있는데 한라산 정상 한 번 찍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돼. 고르고 골라 어느 날씨 좋은 날, 덕분에 구름의 방해 없이 또렷한 백록담을 볼 수 있었다. 영혼과 맞바꿔 오른 정상은 그래서 더 달콤했다. 성판악은 비교적 수월하다는 말에, 또 다음을 기약하게 하는 치명적인 매력. 까맣게 익는 줄도 모르고 오르다 이제야 벗겨진 피부를 보며 한라산의 맑은 공기와 높이를 다시금 떠올린다. 구름보다 더 높은 곳에 올랐던 그 기억으로. 잘 해낼 수 있을거야.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