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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2018.02]도쿄·가마쿠라 17

마지막 인상

아마 아닐 오후엔 가마쿠라를 떠나야 했던 것 같다. 아쉬워서 걸음 닿는대로 걷다 들어간 카페는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오픈 직후라 나 밖에 없었는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모닝 세트를 시키면 스콘과 바나나케이크 중 고를 수 있었고 나는 바나나케이크를 선택했다. 기대도 안했는데 인생 케이크 됨. 이날 이후로 바나나케이크 안 먹고 있다. 저 맛 잊혀질까. 평일 오전 시간대라 책 보는 시간 내내 혼자였던 것도 좋았고. 좋은 스피커로 클래식을 틀어놔서 귀 호강. 이 옆 집도 소바 맛집으로 잘 알려진 곳이었는데 카페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여기를 가마쿠라의 마지막 인상으로 남겨두고자 바로 전차를 타고 도쿄로 떠남.

이별하는 곳

에서 이별의 상징으로 그려진 고쿠라쿠지에키.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은 여기서 전차를 타고 나간다. 매번이 영원한 이별은 아니었다.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도 덤덤히 묻어있는 곳. 자매들의 집은 누구든 포용할 수 있는 '대문 없는 집'이었기에. 실제론 사람들의 발길이 잘 없는 작은 역이었다. 사진 찍을 거리조차 없을만큼 소박하다. 나도 이 길로 전차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나 역시 이 곳과 영원한 이별은 아니라 믿는다.

서퍼들의 도시

가마쿠라의 파도는 유명하다. 서퍼들이 겨울에도 찾아오는 곳. 늦겨울이라 쌀쌀했는데도 서퍼들은 추위도 모르는 듯 했다. 파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힘 있었다. 서퍼들은 때를 기다렸다가 어느 순간 우뚝 서서 해안가로 밀려들어왔다. 지금이야 속초나 양양에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때까지만해도 한국엔 서핑 문화가 알려지지 않아 나에겐 낯선 광경이었다. 준비해 온 의자도 없이 해변가에 털석 앉아 서퍼들의 곡예를 봤다. 무엇이 저들을 바다로 이끄는지 궁금했다.

팬케이크

​​ 도쿄 어느 명품거리 뒷골목에 있는 팬케이크 맛집. 지하에 있는 식당인데 지상까지 줄 서있는 현지 사람들 보고 본능적으로 줄 섬. 30분 정도 기다리니 내 차례. 보이는 것만큼 부드러움. 계란찜의 텍스처. 1200엔 정도 였는데 아깝지 않았음. 알고보니 엄청 유명한 집! 한국에 돌아와서 빌즈 bills 팬케이크를 최근에 먹게 됐는데, 여기를 표방한 것 같았음. 겉보기엔 비슷한 데 더 비싸고 맛도 평범. 이 충동적인 행동에 더욱 만족하게 된 계기.

우롱하이볼-오코노미야끼

​​신주쿠에서 비주얼 폭발하는 오코노미야끼를 만났다. 테판베이비 라는 곳이었던 것 같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30분정도 웨이팅. 회식하는 직장인이 바글바글한 것을 보니 맛집 맞나보다*_* ​우롱하이볼을 한 번 먹고 싶었는데 다행히 여기에 있었다. 너무 괜찮더라. 에피타이저로는 소힘줄을 염장한 육포를 시켰다. ​​바에 앉았더니 오코노미야끼 만드는 과정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나는 파가 이만큼 올라간 기본 오코노미야끼를 주문. 마지막에 올라간 노른자는 화룡점정! 인생 오코노미야끼였다.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 것들도 맛있어 보였다. 배가 너무 불러 아쉽게도 여기서 멈춤. 또 가고 싶다. 남의 나라에서 우리나라 올림픽을 보는 재미. 한 일본 선수의 경기. 그는 어떤 결과를 받았을까.

블루보틀 in 하라주쿠

​​​​​​ 도쿄 필수 방문지라는 블루보틀. 샌프란시스코에서 블루보틀 커피를 먹어봤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런 맛인줄 알았다면 시간 들여 안갔을거다. 한국보다 훨 따뜻한 날씨에 겨울에도 아이스음료를 먹기 부담은 없었다. 아이스라테를 주문했다. 주문을 아이패드로 하는 점이 인상적. 주문해주는 직원 뒤로 펼쳐진 오픈 키친도 보기 시원하고. 커피맛은 인상적인 지점이 하나도 없었다. 같은 돈 주고 폴바셋을 가지. 깔끔한 인테리어와, 멋진 테라스, 예쁜 로고가 전부. 차라리 로컬 카페를 더 가볼걸. 한국에도 들어온다던데 큰 기대는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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