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주 일요일은 김장을 하는 날이다. 올해도 그날이 찾아왔다. 날짜를 비워놓으라고 몇 주 전부터 수차례 통보도 받았다. 정작 당일엔 엄마의 컨디션 좋지 않아 김장을 하지 못했다. 설계사 없이 건물 하나를 올려야 하는 상황과 같다. 다행히 엄마의 몸은 회복됐고 이번 주말 김장을 하기로 했다. 엄마는 하루에 걸쳐 느긋하게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김치에 온 정신을 쏟을 정신도 체력도 없었다. 일꾼 주제에 관리감독관을 다그치면서 '빨리 빨리'를 외친 끝에 3시에 모든 상황은 종료됐다. 남은 건 보쌈. 아침부터 한돈을 사와 좋은 재료 마악 넣었다. 김치를 담글 동안 푹 삶은 고기만 헤치우면 이 연례행사는 정말로 끝이 난다. 잘 익은 고기를 꺼내 한점 한점 후후 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