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기

2019년 11월 12월 그즈음에

Post truth 2019. 11. 30. 23:53

늦여름에 왔다가 그 사이 겨울이 되어 버렸다. 버스타고 가는데 이 길을 지나길래 짧은 순간 인텐시브하게 고민하다 내렸다. 짐도 많았고 몸도 노곤해 지쳐있었지만. 내다보이는 풍경을 보면 기분전환이 될까 싶어서. 다행히 아직 주인이 바뀌거나 없어지지 않았다.
정말로 좀 쉬고 싶다. 갑작스럽게 닥쳐 온 상황들을 방어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쓴 탓이다. 게다가 새로운 건 매일 쏟아지는데 내일 변할 무언가를 또 찾아야 한다. 술은 2~3일이 지나도 깨질 않는다. 번아웃일지도 모른다. 몸은 전보다 다 호르몬 주기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런 정신으로 읽히는 글을 쓰기란.
주문을 받는 직원은 왜 저래 싶을 정도로 유난히 퉁명스러웠다. 아직은 조용했다. 주문한 커피와 음식이 나온지 십분쯤 됐으려나. 손님이 몰려 들었다. 듬성듬성 남던 자리는 모두 찼다. 잠깐이라도 좋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내일은 또 비가 온단다. 그래도 12월이다. 어찌저찌 또 한 해가 지났다. 

 

728x90

'단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난주 놓치기 아까운 것들  (0) 2019.12.09
무딘 감각  (0) 2019.12.02
영원  (0) 2019.11.26
68혁명의 부재  (0) 2019.11.23
뉴욕을 다시 가야 하는 이유  (0) 2019.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