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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

전이수 군이 그린 작품으로 만든 텀블러라니ㅠㅠㅠ 이런게 나온지도 몰랐네. 이런 선물은 뭐 어떻게 더 형용할 수도 없고 감동 그 자체. 아까워서 못 쓴다.베스트셀러에 있길래 집어와 훑어보긴 했다만. 이런 심리 분석 책이 아직도 많이 읽히는 덴 이유가 있겠지.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를 보면 내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그럴듯한 말들이 써 있는 것처럼. 문제를 아는 듯 듣고 싶었던 말들이 좔좔좔. 하지만 당연한 말들의 향연이라 읽다 보면 힘이 더 빠진다. 어떻게든 나를 위로하겠다는 책으로는 상처를 봉합하지 못했다.동기가 요새 무슨 책 보냐해서... 말할까 말까, 차라리 요새 안본다고 할까 망설이다가 말했는데 역시나 "...너 진짜 재미없게 사는구나"라고 돌직구 맞음. 나도 결제하는 순간까지 이건 정말 노잼..

단편기 2020.06.07

사랑한다고 했다가 / 죽이겠다고 했다가

생경하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었던 자리. 서울 안에 내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지내왔다. 그 작은 공간 하나 구하기가 그렇게 값지고 어려운 일이란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살만한 집이라는 게 결코 쉬운게 아니구나(근데 미국 집은 왜 그렇게 쉽게 구했지?????). 주거가 해결되지 않을 때 삶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실감하고 있다. 큰 소리 쳐놨는데 길 바닥에 나앉는거 아닌지. 얼마 전엔 시범 아파트 앞을 지나는 데 여기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평소 지나다닐 땐 상상해보지 않았는데. 관심이 이쪽으로 쏠려있긴 한가 보다. 아파트 입구에는 갓 뽑은 듯 윤기가 차르르 도는 '입주민 코로나19 예방 수칙'이 붙어있었다. 이 소식지가 이 근방에선 가..

단편기 2020.05.22

부레 없는 참치처럼

참치는 부레가 없다지만 우린 무슨 결핍이 있어 쉼없이 헤엄치는 지 궁금하다."입이 열렸다 닫혔다. 우리 입도 열렸다 닫혔다. 참치의 입에서는 아무런 비명이 새어나오지 않았다." 참치잡이 묘사를 읽는 내 입도 열렸다 닫혔다. 안그래도 잘 먹지 않는 참치였지만 식욕이 더 떨어졌다.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년아. 넌 이제 죽었다" 그가 여드레 만에 잡은 참치였다. 집에는 아이 여섯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에겐 생계가 걸린 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함부로 깎아내릴 수 없는 치열한 삶이란 걸 이해한다면 참치의 머리뼈가 무슨 소릴 내며 박살나는 지, 내장은 어떻게 빼내는 지, 죽기 직전 먹은 먹이들은 무엇이었는 지와 같은 살떨리는 묘사들은 처음보다 다소 순화돼 읽힌다. 부레도 없는데 의미까지 있..

단편기 2020.05.19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작가도 써두었지만, 시칠리아에 관한 책은 정말 찾기 어렵다. 우리로 치면 제주도 같은 곳이다. 이탈리아 남부를 나폴리 지역으로 알고 있지만, 나폴리는 남부의 시작 쯤이라면 남부 중의 남부는 시칠리아다. 이탈리아 반도의 최남단, 부츠 끝에 걸린 큰 돌멩이 하나가 그것이다. 유럽보다 아프리카에 더 가까운 땅. 로마까지 가기도 벅찬데, 비행기로 한시간-기차를 타고 12시간 이동해 이 곳까지 올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게다가 마피아의 천국이라는데. 가장 중요한 안전이 담보되는 지 확인할 도리가 없는걸. 남이 다녀온 경험이라도 뒤적거려야 하지만, 적절한 여행 책이 없어 인터넷에만 의존해야 한다. 이 블로그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보이는 글이 시칠리아와 팔레르모 여행기다. 시칠리아를 두 번째 방문했을..

단편기 2020.05.04

이런 진심이라면

피스토이아 어딘지 봤더니 피렌체 바로 옆이네. 대단한데. 이탈리아 행정서류 분석한 박흥식 교수도 대단하시네...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대응의료기술의 발전의 부작용은 죽음의 순간을 추한 것으로 치부하고 병원이라는 특정 공간으로 몰아버린 데 있다. 죽음은 일상적인 일인데.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 없는 환자의 입장에선 삶의 마지막 순간을 주체적으로 꾸려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A형은 사람과 침팬치에게만 나타난다니.시의 힘감수성이 뛰어나다는 말론 부족하다. 함께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 감동을 주는 사람. 잘 읽었습니다.

단편기 2020.05.01

원인의 원인

로세토 효과와 코로나블루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공동체를 이뤄 산 펜실베니아 로세토 마을. 이 곳에선 심장병 사망자 수가 적었는데 연구 결과 이들의 공동체 문화가 심장병 사망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즐거운 삶을 살았고 활기 찼으며 진정한 가난이 없을만큼 서로 돕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확신은 힘겨운 삶을 버티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로세토 효과' 사례는 인간관계와 질병의 긴밀한 연관성을 잘보여준다. 코로나19를 견디는 오늘날 고민해볼만한 이야기다. 어느 때보다 공동체가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기다. 코로나 초기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배척, 이기심(가령 자가격리자가 외출이나 여행을 강행한다던지)이 팽배했다. ..

단편기 2020.04.18

팔레르모 Bebop ristorante 코스

음식 맛이 워낙 좋은 지역인데다 훌륭한 식당도 많아 하루 저녁은 코스 요리를 먹기로 했다. Bebop 이라는 식당인데 디너코스도 가성비가 좋은 것 같아 예약했다. 사전에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다행히 직원들이 영어를 잘한다. 와인이 좀 아쉬웠다. 현지 와인은 가성비가 좋은 데 혼자선 한 병을 다 먹을 수 없어서 ㅜㅜ 로제 와인 글라스로 주문. 먹고 있는데 한국인 여성 4분이 들어오셨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이렇게 많은 한국인 무리를 본 것도 신기하기도 했지만 여러명이 와서 와인 두 병 시키는 게 너무 부러웠...크루즈로 오신 분들인가 싶었는데 렌트카를 빌려 다니고 있다고 하셨다. 나도 다음엔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다. 운전만 좀만 잘했어도 휴휴 반갑다 육회야. 카르파쵸. 과일에 얹어진 하몽도 함께 생선살..

포지타노에서 카프리 섬 투어 가는 방법

카프리 섬은 아말피 해변 쪽 어느 곳에서나 투어 상품을 이용해 가기 좋습니다. 한국 여행객이 많이 가는 포지타노에도 이런 당일 투어 상품이 많은데요. 카프리 섬이 부자들의 휴양지로 워낙 유명했던지라 가보기로 했습니다. 약간의 환상도 좀 갖고요. 카프리 투어 당일. 부지런히 일어나 아침을 먹습니다. 투어를 위해 모이는 시간이 좀 빠릅니다. 여유있게 밥먹을 시간도 없었던 것 같네요. 포지타노에서 지낸 부게인빌레 호텔. 호텔 관련 포스팅은 아래에 있습니다. https://loveneverfeltsogooood.tistory.com/85?category=685736 이탈리아 포지타노 HOTEL LA BOUGAINVILLE 후기 이탈리아 15일 여행, 아말피 해안에서 머문 도시 중 하나는 포지타노. 워낙 유명한 ..

잃어본 사람들

주변에서 사라진 무언가를 감지한 적이 언제인지 곱씹게 된다. 경쟁에 도태된다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기지 않았는가. 그게 당신의 운명이겠거니 대수롭지 않은 적은? 사라짐이 아쉽지 않은 시대. 상실감도 쉽게 잊는 세대. 내가 한평생 살아온 서울은 그런 곳이다.'디디의 우산'은 잃어본 자들의 이야기. 청계천 시청 세월호 광화문 d는 세태와 맞지 않게 지독한 상실감을 겪는다. 2018년을 전후한 서울은 계속해 잃어간다. 대신 냉소주의가 빈자리를 채운다.d의 dd처럼 소중한 사람이 허무한 이유로 이 세상에서 튕겨져 나갔다면. 나는, 당연히 아프겠지만, 지금처럼 살아갈 것 같아서. 그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극도의 이기심이 경멸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누군가의 dd가 된다면, 힘들어하지 ..

단편기 2020.04.13

인바디

PT 2개월차 변화. 식단 신경을 더 잘썼다면 좋았을텐데. 체지방률은 확실히 좀 줄었네.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확실히 쉐이프가 변해서 만족. 앞으론 10%대 진입을 목표로 운동할 예정. 골격근량은 들쭉날쭉해서 좀 의아하다. 인바디 측정이 몸 상태나 수분 섭취량에 따라 좀 바뀌긴 한다고 하더라. 아무라 그래도 근육 좀 늘리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 쌤은 더 잘 먹어야 한다고. 지금도 충분히 잘 먹고 있는데 ㅜㅜ 얼마나 더 먹어야 하는건지. 운동 효과를 보니 PT를 추가로 더 받아야할지 고민 된다. 쌤 하고도 잘 맞기 쉽지 않다는 데 다행히 좋은 분! 필라테스는 이제 안중에도 없...네

단편기 2020.03.31

3월 중

코로나19로 변한 일상. 출근지가 다 막히니 어디로 가야할 지. 아침부터 고민거리만 늘었다. 어떤 분은, 우리는 손가락 빨고 있는데 기자들만 노났다고 하시는 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충격과 공포가 제목으로 주로 달리는 기사는 쓰는 사람도 우울하고 무섭다. 업계가 잘 돌아야 기분 좋은 기사도 쓰니까. 모두 잘 견디시라.늙고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나의 몸. 은발까지 10년 남은건가? 친구가 나 대신 슬퍼하며 한 줄기 뽑아줬다.아무래도 스쿼트 데드리프트 런지 는 몸에 해로운 것 같다. 그런데도 그것만 자꾸 시키는 쌤. 중량을 늘리니 몸이 흔들리면서 무릎에 무리가 간 듯.방송에 나온 셰프가 하는 곳은 첨 가봤는데. 엣지 있네요?? 저걸 다 먹기엔 양이 많아서 담엔 면만 먹는걸로.근래에 먹은 음식 중..

단편기 2020.03.15

도망

누워 있는 기울기에 따라 달리 보이는 글씨. 그걸 따는 연습. 투시점 두 개나 겨우 볼 줄 아는 나에겐 다점 투시는 다소 버거운 작업. 기계적으로 프린트 된 글씨도 똑같이 따와야 하는데 역시 이것도 나에겐 버거웠던 작업. 은박지 느낌을 살리는 것도 명암이나 겨우 까는 나에겐 버거웠던 작업. 무엇 하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 없어 갈 때마다 속앓이를 해왔다. 쌤의 손을 빌려 겨우 이 작업을 끝내고 나서야 사실은 나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아니 이미 마음 속으론 수백번 그만 두었다고. 다 끝내면 뿌듯할거야, 하던 위로의 말은 끝내 증명되지 않았다. 하나도 뿌듯하지 않았다. 이걸로 내 실력이 크게 늘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어디서도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고통스런 순간들이 과거에 흩어져 ..

단편기 2020.03.05

한 자리에서 30년

"나는 다시 태어나도, 물론 그럴 순 없겠지만, 젊은 시절엔 음악을 하고 나이 들어선 디스크자키를 하고 싶다." 윤도현씨가 30주년 소회를 묻자 철수 아저씨가 하신 대답. 자신이 지나 온 삶에 만족하고 또 감사하다 말하는 분. 운이 좋다 했지만 그만큼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임을 이제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게 됐다. 30년이라는 숫자는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숙연케 할만큼 깊다. 방송이 모두 끝나고 방송국 티셔츠를 건낸 영국인 스태프가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건 존경의 의미로 읽힌다. 지난 5일간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영국 BBC스튜디오에서 30주년 특집 방송을 했다. 시간이 없어 듣질 못하다 오늘에서야 마지막 방송을 들었다. 마지막 클로징 멘트 땐 철수 아저씨도 약간 울컥하신 것 같았는 데 ..

단편기 2020.02.22

언제나 길은 판테온으로 통한다

타짜도르 거울에 비춰 본 판테온. 건물 사이로 언듯 보이는 거대한 판테온, 언제나 설레인다. 성악가의 거리 공연 안들리면 섭섭한 타짜도르 6월엔 로마도 무리다. 더우니 이런 메뉴를 찾게 된다. 근처 식당에서 먹었던 카프레제 샐러드. 설렁설렁해 보여도 토마토와 치즈, 올리브유 본연의 맛이 너무나 훌륭해서 대만족. 로마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 로마에 있을 땐 매일 같이 출퇴근을 여기서 한다. 몇 년을 보고 몇 번을 다시 봐도 신기하다. 매번 울컥한다. 시간에 따라 뿜어내는 인상이 매번 달라 갈 때마다 새롭다. 신의 나이를 한 건물은 어떻게 아직도 저리 세련된건지 모르겠다.판테온을 보면 우주가 떠오른다. 판테온이 견딘 시간, 또 앞으로 버텨야 할 억겁의 시간을 상상해보면, 내가 놓여진 이 세계의 시간은 아..

보르게세 공원 - 로마 시민의 삶이 궁금할 때

관광객에 치여 쉽게 피곤해진다. 도시 자체가 유적지다보니 어딜 가도 북적북적. 처음 가보게 된 보르게세 공원은 관광객을 피해 한 숨 돌릴 수 있는 보석 같은 곳이었다. 현지 사람들이 쉬러 오는 곳인 것 같다. 공원부지도 상당히 넓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이 크다.공원 안에 있는 보르게세 미술관도 가보고 싶었지만 예약을 하지 않아 못들어 갔다. 공원은 하루 종일 보내고 싶었을 정도로 좋았다. 다음엔 보르게세 미술관과 국립현대 미술관을 가봐야지. 걷다보면 포폴로 광장과도 연결돼 있다.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전경. 보르게세 공원에서 포폴로 광장으로 내려가는 길. 내려가면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이 나온다. 아주 작은 성당인데, 카라바조의 그림이 있어 찾는다. 자판기에 1유로를 넣으면 그림에 조명이 들어온다..

2월나기

친오빠 같았던 친구가 결혼했다. 언니에 이어 오빠까지 가니 이제 이 그룹에 미혼은 나 혼자 뿐. 언니는 최근에 임신까지. 다들 언제 이렇게 컸어요..? 여러 마음이 들지만 마음 속으로 빌 수 있는 건 하나 뿐. 고마웠어. 행복하게 잘 살아줘! 코로나19로 공공장소에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는다. 모여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미술관도 마찬가지. 기괴한 광경. 주말 낮인데도 한가한 미술관. 내용도 훌륭했지만 마스크를 쓰고 보니 더 마음 편했다. 그만큼 주변을 의식하며 살고 있나 싶었다. 주제는 강박의 강박. 영상 예술이 많았는데 폐관 시간이 돼 다 보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한 번 더 가볼 예정.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연두찡 집들이. 다들 자기 자리를 찾아 잘 가고 있다. 여고가 천성인데 남고에서 잘 ..

단편기 2020.02.16

인권의 층위

두 책을 나란히 놓고 보니 지난 100년의 투쟁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선명히 보인다.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들. 도서관을 자유로이 출입한다거나 글을 써 출고하는 것, 사색이 가능한 자기 공간을 갖는 일 조차도 어려웠던 시대. 성폭력 피해는 디폴트. 물론 지금도 완전한 평등을 이뤘다고 생각치 않는다. 그럼에도 법적제도적으로 이런 불평등은 보완하고 있고, 사회적 요구는 고차원화되고 있다. 덕분에 여성에 국한됐던 해방운동은 세상의 모든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움직임으로 확장해 번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인 여성이 차별하는 주체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있다. 최근 트렌스젠더가 여대를 합격하자 일부 급진적 해방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를 막고자 했던게 대표적이다. 여성이 되고 싶어하는 소수자 앞에..

단편기 2020.02.07

꿈의 해석

같이 여행을 간 후배 ㅅ이 게스트하우스 파티에서 공개 구혼을 하는 바람에 남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여러 남자들이 줄을 섰는데 가장 마지막엔 내가 요새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등판했고 ㅅ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갔다. 주변을 신경도 쓰지 않는지 그 배우는 ㅅ에게 과감하고 도발적인 말을 했는데 그건 현실에선 ㄱ이 나에게 할 것 같은 말들이었다.ㅅ이 떠나 떠들썩한 파티장에서 혼자가 되어버렸는데 갑자기 ㅂ이 약에 취한 것같은 얼굴로 다가와 보고싶었다고 말한다. 왜인지 나는 따뜻하게 웃어줬다. 그는 파티가 끝나고 잠수를 탔다. ㅂ은 충동적이었지만 책임감은 부족한 사람이었다. 북적이는 관광객 속 알프스 어느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ㅎ이 직접 쓴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자신은 백수가 됐고 지금은 부산..

단편기 2020.02.01

분절해 감각하기

On Love - Alain de botton #2009이 책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2009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학부 전공 미디어 독서 토론 수업(얼마나 기억에 남는 수업이었는지. 아직도 그때 받은 스트레스가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시 나가볼까.)의 마지막 수업에서. 각자 마니또를 뽑아 책 선물을 주기로 했는데 그때 HJ라는 동기에게 받은 책이다. 2009년과 HJ를 기억하는 이유는 책 표지 바로 뒤에 그가 써준 짧은 편지 때문. 본인이 왜 이 책을 선정했는지, 어떤 문구가 좋았는지를 적어두었다. 이 책을 중고서점에 팔아버지리 못했던 이유이기도. HJ는 원래 신영복의 을 골랐다면서도 "뭔가 넌 세련되고 트랜디한 그런걸 좋아할 것 같다는 무한 추측으로 이 책으로 마..

단편기 202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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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만큼 속수무책 멀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둘 사이엔 좀처럼 거리를 좁힐만한 인력(引力)이랄 게. 침묵같은 시간에 홀연히 빨려간다. 허공에서 아무리 손을 저어봐야 공간은 미동이 없다. 끌어주지 않는다면 영원히 당겨지지 않는 존재. 당기지 않으면 끌 수 없는 관계. 두 몸을 휘감은 에너지를 만끽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가만히 만져보고 조심스레 볼도 대어보다 짓궂게 물결을 일으킨다. 죽어 있던 많은 것이 생명을 얻는 듯 새롭게 감각했다. 그 색은 분명 본 적 없이 영롱했는데.

단편기 2020.01.21

위스키, 기억나는 데까지

위스키의 종류는 아주 크게 세 가지. 몰트위스키/그레인위스키/블렌디드위스키. 블렌디드는 몰트와 그레인을 섞은 것. 블렌디드도 key 위스키가 있어서 개성이 드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맥캘란이나 탈리스커는 대표적인 몰트위스키. 버번은 옥수수가 51% 이상 들어가 있는 아메리칸 위스키로 그레인위스키의 한 종류. 잭다니엘이 버번위스키 브랜드. 라이(Rye) 위스키는 호밀이 주가되는 위스키를 말하고. 조니워커나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 제임슨은 대표적인 블렌디드 위스키. 밸런스를 갖춰야하다보니 확실히 부드럽게 넘어가는 매력.싱글몰트라고 할 때 싱글은 단일 증류소 단일 증류기에서 나왔다는 의미. 몰트=맥아인데, 맥아는 보리를 물에 싹트이게 해야 당화효소가 생겨서 발효가 돼. 맥아를 발효하면 맥주, 증류..

단편기 2020.01.18

시칠리아 팔레르모 카페 - cioccolate by Spinnato

팔레르모 명품거리에는 유명한 식당과 카페가 많다. 물가도 조금 더 비싸다. 커피는 어딜 가나 다 맛있어서 여기선 다른 곳에 비해 가성비는 살짝 떨어지지만 도떼기 시장처럼 정신없는 팔레르모 번화가에서 벗어나 차분히 여행 기분 내기는 좋다. 대표적인 장소가 이 거리에 있는 스피나토(Antico Caffe Spinnato). 이탈리아에서 전통있는 카페로도 알려진 스피나토(Antico Caffe Spinnato)는 마시모 극장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무려 5대째 이어왔다. 시칠리아 에스프레소는 나폴리의 그것보다도 강하다고 하다. 원두 배합 때문이라고. 한 여행 칼럼에 따르면 시칠리아의 카페는 아라비카와 로브스타 배합비율에서 로브스타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아라비카를 선호하는 한국인들에겐 쓰고 강..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 인터뷰/ 조선일보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혼자 사회 가속화... 좋아하는 일 해야 살아남는다" 송길영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498062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혼자 사회 가속화... 좋아하는 일 해야 살아남는다" 송길영 "선한 사람 기회 더 많이 가져" 데이터가 속속 증명 스펙과 공채 사라져… 좋아하는 일 해야 직업 유지 데이터 투명 사회... 키워드는 공정성, 유연성, 독립성 권력도 1/n... 상하 없는 ‘어벤져스’팀, 크루들의 n.news.naver.com =데이터는 마음의 편지예요. 저는 소셜미디어라는 광산에서 마음의 편지를 캐서 읽어요. 한 사람의 마음이 아니고 복수로서의 ‘소셜 마인즈’를. ‘마이닝 마인즈(Mining minds)'라는 슬로건을 찾아내는 데..

단편기 2020.01.05

전쟁에 베팅

푼돈이지만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WTI원유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ETF에 2~3년 정도 투자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유가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았고, 2015년 가격이 삼분의 일토막 난 이후 70달러를 치고 올라오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제 정세가 불안정할 때마다 금값과 함께 크고 작게 반응한다. 유가의 특이점이 있다면 테러, 전쟁에 유독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 그런 사안들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중동 국가들이 사안의 주체인 것이 가장 큰 영향이겠지. ETF의 경우 운용사에 따라 예민도나 환헤지 설정으로 인한 격차가 조금씩 있다. 그럼에도 내 돈이 들어가니 아무래도 유가의 변화를 인지하는데 효과적이긴 하다. 인버스 ETF도 들고 있긴 한데 추가 투자를..

단편기 2020.01.05

요양

38.9도. 이쯤되면 사람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군. 가족도 간호사도 의사도 독감을 우려했지만 검사 결과 아니었다. 독감 키트를 처음 써봤는데 아주 간단하고 편리하더라. 코에 넣고 빼기만 하면 끝. 물론 좀 불쾌하고 아프지만...오랜만에 장기 연차를 냈는데 덕분에 3일은 요양으로 날렸다. 몸이 찢기는 것 같아 정말 힘들었다. 최선을 다해 약 먹긴 했는데 너무 세서 위가 더 아팠음. 다행히 금방 회복. 열 다시 날까봐 계획했던 운동도 못함. 특별한 계획없이 한 번에 길게 쉬면 생활패턴이 무너지고 긴장이 풀려 이렇게 되나 싶기도 하고.나로선 매년 보는 이 일루미네이션이 서울에 온 어떤 여행자에겐 즐거운 기억이 됐겠지,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 가던 길 다시 돌아와서.세레머니를 끝으로.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단편기 2019.12.29

29세를 보내며

곧 만 30살이 된다. 내 정체성을 89년생으로 고집하든 90년생으로 위안하든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30대. 1살부터 19살까진 특별한 기억없이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다. 자아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가 반 이상이었고, 중고등학교땐 신체적, 감정적 격변기를 보낸 탓에 불쾌한 기억이 더 많다. 20대의 삶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밀도 높았던 시간이었다. 인생을 함께 할 친구들을 대부분 20대에 만났다. 1년 간 해외에서 살아보는 값진 경험을 했다. 이메일만으로 1년 동안 살 집을 구해낸 걸 봐선 생존력은 있는 것 같다. 대신 요리에는 확실히 재능이 없다는 걸 이때 알았다. 막연히 언론사에서 일을 해야지 했던 고등학생의 꿈은 생각보다 일찍 현실이 됐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말이다. 끄적끄적 보내고..

단편기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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