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기

좋은 시민?

Post truth 2020. 12. 26. 22:53

 

 

좋은 시민, 분명 좋은 말인데 눈에 걸린다.

 

좋다는 게 성립하려면 그 뒤엔 나쁜 시민이라는 개념도 존재해야 한다. 이분법적인 단어 때문에 글자를 읽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좋은 시민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을 나쁜 시민으로 의식하게 된다.

 

코로나19 시대의 좋은 시민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노력한 사람들, 자신을 비롯해 타인이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행동반경을 최소화한 사람들이다. 칭찬 받아야 마땅하다.

 

나쁜 시민은 그렇다면 무엇인가. 좋은 시민에 속하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이다.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고 타인에게 민폐를 끼친 사람들이다.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다. 정부를 믿지 않거나 정부의 잘못된 판단을 지적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좋은 시민 이라는 단어는 말을 안 듣는 것은 나쁜 것으로 규정하게 된다. 외부의 판단을 내면화하도록 유도하는 마법의 단어랄까. 

 

만약 생존을 위해 편법 영업을 한다던지, 답답한 마음에 목소리를 내고자 다 같이 모여 시위라도 한다면? 이들은 이기적이고 나쁜 시민이 되려나. 우리 사회의 피부가 약한 사람들은 이미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부는 백신도 제 때 구하지 못했다. 올 한 해 희생의 결과물은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시간이 증명한다. 이런 정부의 역량에 책임을 묻고 돌을 던지면 나쁜 시민일까. 

 

시민은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며 방역 대응에 헌신하고 있다. '좋은 시민'이라는 애매하고 조잡한 단어로는 이를 위로할 수 없다. 

 

 

n.news.naver.com/article/023/0003585883?cds=news_edit

추리닝 입고 새벽 출근하는 ‘여의도 센 언니’... 211일 국회 분투기

[아무튼, 주말_김미리 기자의 1 미리] 필리버스터 신기록, 임차인 연설... 무명 초선에서 스타된 윤희숙 의원 “촬영용 옷을 몇 벌 준비해야 하나요? 저희 의원님, 옷이 몇 벌 없으셔서….” 인터

n.news.naver.com

윤희숙 의원 조선일보 인터뷰. 화제가 된 필리버스터 연설의 후일담도 흥미롭지만 털털한 성격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다. 똑똑한 사람보다 감성지수, 공감력이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은 매력을 느끼는 데 윤 의원은 분명 그 쪽으로 강점이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책으로 <외딴 방>을 뽑았다. 오랜만에 듣는 이름. 정말 좋아했던 책이고 좋아했던 작가인데 마음껏 좋아할 수 없게 된. 아무튼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728x90

'단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잉대표  (0) 2020.12.30
F코드  (0) 2020.12.29
디즈니 심폐소생기  (0) 2020.12.26
간만에 운동  (0) 2020.12.24
호랑이  (0) 202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