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기

셀프 인테리어란 무엇인가

Post truth 2020. 12. 22. 01:48

 


따뜻한 흰색, 차가운 흰색, 노란 흰색, 회색빛 도는 흰색, 파란 흰색.

흰색 벽을 하려 했는데 저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단다. 내 눈엔 다 똑같은 색이다. 난감해하니 색을 보지말고 미세하게 다른 패턴을 눈여겨보라고 한다. 멀리서 보면 다 같은 하나의 면인 것을.

이번엔 벽과 천장에 쓸 벽지 종류를 고르느라 시간을 보냈다. 실크벽지와 합지를 섞을 바에야 몇 만원 더 얹어서 전체 실크벽지를 하라고 한다. 수긍이 가는 말이다.

바닥도 뭐 이렇게 종류가 많은지. 저렴한 장판으로 하고 싶어도 걷는 데 예민한 사람은 강마루를 해야 한다는 말에 또 현혹된다. 바닥 재질에 따라 걸음의 느낌이 바뀐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다들 그런걸 감지하면서 걷나 싶어서 아둔함을 반성하며 그러겠다고 했다. 단열 효과도 더 좋다하니 마음을 더욱 굳게 먹는다.

전문가들은 모든 걸 해주겠다고 한다. 단서가 붙을 뿐이다. 이 부분은 요래조래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하면 '해드릴수는 있는데 인력을 더 써야해서 ~~~만원이 더 붙습니다'라는 관용구를 매번 들을 수 있다. 그래도 못한다, 안해준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정말 어려운 건 잘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줄 수는 있다고 한다. 영업은 이런 것이다. 그들이 긍정할수록 시공 단가는 점점 올라간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나의 결정으로 이루어지지만 모든 것이 상상에 근거하고 있어 더 어렵다. 정치하게 알지 못하면 줏대없이 흔들린다. 최대한 시안을 모아 블루프린트를 잡아놔도 내 집에 적용하려면 모든 게 다 원점으로 돌아간다.

가구는 그나마 쉽다. 사용해보고 나의 몸과 맞는지 내가 원하는 디자인인지 당장 확인할 수 있으니까. 반셀프니까 이 정도이지 나머지는 전문가 도움 없이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화장실과 조명은 또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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