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기

물구나무 서기

Post truth 2020. 12. 22. 01:09

tv쇼를 보는데 요가를 심도있게 배웠다는 한 연예인이 물구나무서기를 해서 따라해보고픈 욕심이 났다.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영 아니었다. 목부터 허리를 곧게 세우는 일도 어렵더라. 다리 올리는 건 더더욱. 벽에서 발을 떼는 순간 중심이 안잡힌다. 그래도 요령을 익히면 버틸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 될때까지 해봤다. 삼십분 정도 몸을 뒤집었나보다.

다음날 양 볼 쪽에 빨간 반점이 다닥다닥 생겼다. 모세혈관이 터진 것이다. 무시하고 그날 하루 더 했는데 이번엔 눈두덩이도 새빨갛게 터졌다. 거울을 보니 황당해서 말도 안나왔다. 잠깐 피 좀 쏠렸다고 이렇게 되나.

얼굴의 붉은 반점을 보고 엄마는 불쾌하다고 했다. 귀여운 주근깨라고 생각해-하고 넘기려 했는데. 섬짓한 말을 한다. 자살하거나 목이 졸려 죽은 시신에 이런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고퀄리티 고증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고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지만 냉찜질을 아까부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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