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19.06]시칠리아

비알레띠 모카포트

Post truth 2020. 7. 15. 17:02

 

 

 이탈리아에 다시 가면 사와야지 했던 유일한 물건. 시칠리아 팔레르모 명품거리에 비알레또 매장이 있어서 방문했다. 면세점에 물건이 없거나 환승 시간이 부족할까봐 세금 다 주고 미리 사기로. 

한국에서도 주문할 수 있지만 현지에서 사는 게 좀 더 저렴하기도 하다. 내가 갔을 땐 50%까지 세일하는 상품도 있었다. 아쉽게도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디자인의 모카포트는 가격 변동이 없었다. 싸게 내놓은 건 형광 노랑, 형광 분홍색의 화려하고 모던한 디자인이었다.

 

 세일 가격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처음에 사기로 마음 먹었던 클래식한 디자인을 고수하기로. 여러 모카포트 브랜드가 있지만 비알레띠가 가장 대중적이이다. 피자, 파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탈리아의 상징이다. 가장 유명한 알루미늄의 재질의 디자인은 가스레인지에서만 쓸 수 있다. 요새 많이 쓰는 인덕션에는 전용 모카포트를 써야 한다.

크기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 1인용 디자인이 제일 앙증맞고 귀여운데, 여러 사람이 한 번에 먹어야 할 때 수 번 추출하기 번거로운 게 사실이다. 나는 가족수를 생각해 3인용 크기(22유로) 샀지만, 돌아와서 써보니 그보다 하나 더 큰 걸 샀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나 혼자 더블샷을 먹을 때도 있어서. 

 

비알레띠 전용 원두도 같이 사왔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분쇄 정도에 따라 모카포트가 터진다는 말도 있고. 초보자니까 조심스런 마음으로 기본템 장착. 직원에게 추천해달라 하니 나폴리와 밀라노(혹은 로마)의 이름이 붙은 원두를 꺼내 주었다. 크게 특색있는 맛은 아니었다.

모카포트 전용 원두를 따로 주문해야 하나 싶었는데, 요샌 스타벅스에서 원두를 사면 모카포트 용으로 분쇄해준다. 사이렌오더로도 미리 요청하면 바로 받아올 수 있더라. 편하다. 전광수커피도 해줬던 것 같은데 이건 확실치 않다. 

모카포트에 맞게 안 갈아 줘도 방법은 있다. 직접 분쇄하면 된다. 한창 드립 커피 한다고 이것 저것 살 때 사둔 그라인더(무려 수동)로 갈아서 내려먹었다. 안 터지고 잘만 내려지던데. 

지금까지 먹은 원두 중엔 브라운핸즈의 것이 제일 좋았다. 우연히 들렸다가 에스프레소 먹고 반해서 바로 산 원두. 브라운핸즈는 모카포트용으로 안갈아 준다 해서 그냥 원두만 들고 왔다. 원두 맛이 워낙 특색있는데 모카포트에서도 개성을 잃지 않고 맛이 나온다. 원두 두 팩을 사면 에코백을 준다고 해서 충동 구매했는데 양이 너무 많다. 지난 봄에 사둔 원두를 아직도 먹고 있다.

 

 

모카포트, 원두, 고무가스켓을 포함해 지출한 가격은 약 62유로.
 
꼭 사고 싶은 물건을 사서 그런가, 돌아가는 길에 노래를 흥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압력에 의해 커피가 추줄되는 과정도 신기하고 기계 없이 에스프레소를 먹을 수 있어서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아빠는 귀찮아서 잘 안쓰지만, 엄마는 사용 방법을 익혀 나보다 더 많이 쓰고 있다. 

점점 에스프레소의 진함에 무뎌진다. 모카포트 산 이후로 진하게 먹는 게 습관됐다. 조금 연하게 먹자 싶을 때는 에스프레소 잔에 추출한 커피를 2/3정도 따르고 나머지를 우유로 채우면 좋다. 흑설탕이 있다면 미리 깔아두고 그 위에 원액을 부어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달달한 게 당길 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떠서 그 위에 부어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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