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기

반성문

Post truth 2021. 2. 10. 03:10

 


글을 못썼다. 매일 하나씩 쓰기로 했던 글감들을 꽤 많이 놓쳤다. 어쩔 수 없었다. 생에 가장 극적인 순간을 걷고 있어서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수많은 변화 속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적합한 판단을 내려야 했던 시간들. 이 압박감을 어떻게, 얼마나 견뎌내는지 나는 내 자신을 시험해보고 있었다. 가능하면 즐기려 했다. 고통스러웠지만 한 고비 넘길 때마다 즐거웠다.
하지만 매번 의연하지 못했다. 감정에 흔들리는 상황도 결국 나왔다. 나는 누군가에게 화를 냈고, 또 누군가에게 그 화풀이를 했다. 위기 상황이 오면 불필요하게 예민하고 날카로워지는, 개차반 같은 성격. 다스리지 못했다.
모든 일정이 끝난다. 길고 긴 터널을 거쳐 이제야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결국 터져버린 너를 보고. 나는 미안함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괜찮다며 가장 가까이서 격려해 준 사람이었기에 유구무언. 너무 창피하다.
어려웠지만 잘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폭죽처럼 터진 너의 말을 곱씹어보니 성숙하지 않은 나의 면면이 보인다. 사랑으로 돌보고 안아준 가족과 친구와 너에게, 나는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어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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