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그라인더의 나사가 하나씩 풀리고 있다.
일하는 시간에도 집에 있으니 커피를 직접 내려먹는 일이 많다. 원두를 하도 갈아대니 견고하지 않은 원목 그라인더도 이제 한계가 온 듯하다. 이 수동그라인더를 쓴 지 5년 정도 된 것 같다.
양 팔과 양 손에 힘이 꽉 들어가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원두 가는 소리와 함께 퍼지는 향을 포기할 수 없다. 하나 새로 사야할 것 같은데 부모님 집에는 전자 그라인더를 놔드리고, 나는 계속 수동으로 쓸 생각이다.
촉촉하고 시원한 원두의 향은 하루의 스트레스를 잊게할만큼 황홀하다. 사진처럼 향도 전송할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매일 아침마다 보낼 것이다. 향을 맡아보라며 코 앞까지 잔을 들이대는 것도 같은 마음이다. 내가 시향을 권했다면 그는 내가 정말 사랑한 사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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