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20.07]제주도

만춘서점

Post truth 2020. 7. 16. 21:41

5평 정도되는 공간은 이 지역의 명소가 됐다. 사장님은 한 구석에 서재를 만들어 자신을 가두고 책을 읽고 있었다. 반가운 무관심에 부담없이 책장에 꽂힌 책들과 일일히 눈 맞출 수 있었다. 왁자지껄 소리내며 들어온 무리들도 이 곳의 공기가 다름을 감지하고 목소리를 급히 낮췄다.
원고지 모양의 포스트잇에 책 제목과 좋은 문장들을 소개하며 은근히 책을 추천한다. 인상 깊은 글귀를 찾을 수 있도록 페이지도 친절히 적혀 있다. 그렇게 소개된 문장 중엔 스토너의 것도 있었다.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냐'는 반문이었던 것 같다. 어떤 파트에서 나온 구절인지 짐작이 되지 않아 꺼내 볼까 했지만 그러기엔 손이 무거웠다.
독립 출판 서적보단 대중적인 서적이 더 많다. 반가운 책들이 많았다. 잠깐 머무는 시간 동안 가볍게 읽을 책이 하나 갖고 싶었다. 고심 끝에 내가 고른 책은 The art of reading 번역본. 계산을 하려고 하니 사장님은 읽던 책을 덮었다. 사장님은 무슨 책을 읽나 궁금했던 차에 호기심이 해결됐다. 역시 소설이었다. 사장님은 포장 여부는 묻지 않고 사려는 책 가운데에 만춘서점 명함을 꽂아 주었다. 여기 함덕에서 산 책임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라는 듯 했다.
반 넘게 읽었는데 잘 골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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