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17.06]이탈리아

로마-팔레르모 야간 기차 후기 ①

Post truth 2017. 6. 25. 16:32


인천-아부다비-로마-팔레르모... 

이탈리아로 떠나는 날, 여행 첫날은 이렇게 이동만 할 예정이었다. 3편의 비행기를 타야했지만 계획대로만 되면 나쁠 것 없는 일정이었다.


사실 로마행 티켓을 살 당시만 해도 사실 시칠리아에 갈 마음은 없었다. 

일정을 짜다 시칠리아에 대한 좋은 후기를 읽었고,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 어떤 이는 본섬(이탈리아 반도)에 가지 않고 시칠리아 섬에서 한 달을 보내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이번 여행에서 이뤄야 할 몇 가지가 있어 모든 일정을 시칠리아에서 보낼 순 없었다. 대신 팔레르모에서 4박5일을 보내며 분위기를 살펴볼 예정이었다. 



국제선이 한 두시간 연착될까봐 4-5시간 텀을 두고 예매한 팔레르모 행 라이언에어. 

아부다비에서 하필이면 정확히 4시간이 연착되는 바람에 비행기를 놓쳤다ㅎㅎㅎ

한,두시간 기다리던 사람들도 시간이 점점 길어지니 일어나서 직원들에게 항의하기 시작한다. 


나 역시 처음 한 두시간 미뤄질 땐 마음이 조급했으나 4시간을 넘기자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됐다.

무덤덤하게 팔레르모를 넘어갈 방편을 찾아보게 되는 것이다.  

남들은 연착없이 잘만 간다는데 '왜 나는 여행 초반부터 운이 없을까' 하는 마음도 안들었다. 예약해둔 호텔과 액티비티 일정을 사수하려면 어떻게든 팔레르모로 가야한다는 생각 뿐. 



하아...로마행 비행기를 탄 후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로마 공항에 5시 반 도착 예정. 입국 심사와 수화물 찾는 시간을 고려하면 6시 반에는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다. 

로마에서 팔레르모로 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로마 FCO 공항에서 항공편 현장 예매

혹시나 해 미리 예매했던 라이언에어에 문의를 했다. 추가로 돈을 내고 더 늦은 항공편을 탈 수 있는지 물었다. 

라이언에어 측은 '온라인체크인을 해둔 탓에 티켓 시간을 바꿀 수 없다'는 답변을 줬다.   

'Regarding your recent correspondence please be advised that if you are checked in for the flight, it is not possible to change the booking on the day of the travel.' 

로마에서 떠나는 새로운 항공 티켓을 사야한다는 말이다.   


스카이스캐너로 다음 비행기편을 검색해봤다. 항공편은 있지만 가격이 16만원(150유로).  

팔레르모에 갈 때 저렴하게는 3만원 비싸게는 10만원이면 갈 수 있다는데.

새로운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해도 팔레르모엔 밤 10시 이후에야 도착한다. 

문제는 내가 예약한 호스텔은 10시가 넘어가면 체크인을 받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숙소도 함께 알아봐야 한다. 




2) 야간 기차

로마 공항에서 테르미니역으로 이동 후 팔레르모행 야간 기차를 타는 방법.  

시실리아는 로마 최남단에 있는 섬이라 기차로만 12시간30분 소요된다.  

야간 기차를 타면 다음 날 오전엔 도착할 수 있다. 새로운 숙소를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가격도 비행기보다 저렴하다. 100유로 내외. 


비행기를 탄다고 해도 하루 지낼 호스텔을 새로 찾아야 했고, 그 밤에 짐을 끌고 숙소까지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혹시 몰라 공항에서 알이탈리아에 티켓 가격을 문의했는데, 200유로를 불렀다. 현장 구매 가격이 아까 봤던 온라인 예매가보다도 비싸다. 

여행은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지만, 이건 아니다. 그냥 야간기차를 타기로 한다. 어플로 예매할까 하다가 역에 가도 표는 있을 것 같아서 현장에서 사기로. 


공항에서 테르미니역까지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내가 내린 터미널 1에는 테르미니 역 등 로마 시내로 가는 버스가 잔뜩 서 있다. 물어봐서 아무거나 타면 된다. 

이탈리아에 도착해서 처음 쓴 돈. 8유로.  



본의 아니게 로마 시내 입성. 오는 길에 콜로세움도 지나쳐 온다. 

테르미니 역아 안녕, 오랜만이다. 이렇게 일찍 볼 예정은 아니었는데 T^T  



트랜이탈리아 팔레르모행 야간 열차... 4인실 침대칸 가격은 102.3유로

4인실 침대칸은 cuccette C4 comfort 로 선택해야 한다. 여성 전용인 Donna 로. 



테르미니 역 현장에 있는 기계에서 구매. 100유로를 넘어가서 그냥 카드로 결제했다.  

테르미니역은 4년 전보다 치안이 좋아져서 좀 놀랐다. 역에서 기차나 지하철 표를 사려고 하면 집시나 흑인이 전투적으로 붙었는데. 

요즘엔 테러 때문에 어디든 무장 군인이 지키고 서 있어서 티켓 예매하는 동안에도 아무도 나에게 붙지 않았다. 

그 흔한 소매치기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찍은 침대칸 복도의 모습.  

테르미니 역에서 팔레르모 행 기차를 찾는데 전광판에 '팔레르모'라는 글씨가 안보여서 조금 헤맸다. 당연히 팔레르모가 종점인 줄 알았는데. 

역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영어를 잘 못해 마음이 급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단 메시나(messina)로 가는 열차를 타면 된다. 메시나는 시칠리아 섬에 도착한 기차가 두 갈래로 나뉘는 분기점이다. 

기차 칸에 따라 목적지가 다른데, 메시나 역에서 갈라진다고 한다. 환승이 필요하지 않은 기차를 탈 경우 그냥 앉아있으면 기차가 알아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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